화웨이 장비 도입 시사한 존슨 英 총리…"반대측 대안 내놔야"

입력 2020-01-15 05:41   수정 2020-02-14 00:33

“최고의 5G 기술 필요…화웨이 반대한다면 대안 내놔야”
“이란 핵합의는 ‘트럼프안’으로 대체 필요”…美 정부 입장 지지
“연내 EU와 포괄적 무역협정 체결 못 할 가능성 희박”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가 중국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도입과 관련, 특별한 대안이 없다면 화웨이 참여를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존슨 총리는 14일(현지시간) 공영 BBC와의 새해 첫 인터뷰에서 이달 말 확정되는 영국 5G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의 화웨이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두를 위해 기가비트 광대역통신을 도입하길 원한다”며 “영국 국민들은 가능한 최고의 기술을 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이어 “사람들이 한두 가지 브랜드를 반대한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대안이 무엇인지 말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등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존슨 총리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30%의 시장 점유율로 삼성전자(23%)와 에릭슨(20%), 노키아(14%) 등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화웨이의 5G 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이용되는 등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화웨이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일부 채택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핵심장비 사용은 금지하되, 비핵심장비는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화웨이 비핵심장비 허용 방침이 확정되면 영국은 화웨이 장비 채택을 공식 허가한 첫 번째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된다. 미국 정부는 ‘미친 짓’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최측근 동맹국인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조건부로 승인하면 다른 EU 회원국들도 잇따라 이에 동참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번 5G 통신망 업그레이드가 영국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의식한 듯 “영국 총리로서 국가 안보나 파이브 아이즈와의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2차 세계대전 직후 결성된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소속돼 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영국 정부는 다음주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화웨이 장비 허용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존슨 총리는 이란 핵합의 재협상 논란과 관련해선 미국 입장을 지지했다. 그는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트럼프안’(Trump deal)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이 2018년 핵합의를 탈퇴한 데 이어 이란도 이달 초 사실상 탈퇴를 선언했다.

존슨 총리는 핵합의가 변경되기 전까지는 영국은 이란핵합의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등 다른 동맹국들에게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존슨 총리는 “미국은 2015년 이란 핵합의에 결함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더욱이 협상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합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 핵합의를 ‘트럼프 안’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했다.

존슨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도 훌륭한 ‘딜메이커’”라고 평가했다. BBC는 존슨 총리가 이란 핵합의를 미국이 서명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분석했다.

존슨 총리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즉각 환영을 뜻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후크 미 국무부 이란 특사는 “존슨 총리가 이란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동의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존슨 총리는 연말까지 EU와 자유무역협정(FTA) 등 포괄적 무역협정 체결에 실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합의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존슨 총리는 그동안 연말까지 예정된 전환기간 내 FTA 체결에 실패할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제로’라고 강조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가 FTA 체결에 약간의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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